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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소와 난자

세상과 첫 인사를 할 때 여자의 몸은 부지런하게도 이미 40년간 수행할 월경 준비를 마친 상태다.

무게 3.5g의 난소는 작은 호두알 크기로 포궁의 오른쪽과 왼쪽에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태어날 때 6~700만 개의 난모세포가 난소에 들어 있는데, 사춘기가 되면 40만 개로 줄어들고, 약 40년간 매달 성숙한 난자를 골라 교대로 배란하게 된다.

새로운 정자를 그때그때 생산하는 남성에 비해 난자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생애 전반에 경험하는 환경적 영향이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전달될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화장품과 생활 화학물의 사용이 늘고 있어 환경호르몬과 유해 화학물의 위험성은 날로 더 높아지고 있다.

난소는 뇌와 면역계, 신경계 등의 정보를 받아 배란 여부를 판단하는데, 만약 영양이 부족하거나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생존을 위해 배란을 멈추고 무월경 상태가 된다. 불규칙한 월경으로 고민이라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태까지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난자는 우리 몸의 세포 중에서 가장 큰 세포로,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세포이다. 난자의 크기는 약 0.1mm로 정자의 10배에 달하는데 이렇게 큰 이유는 세포 안에 담겨있는 정보의 양도 많고 영양분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 나팔관(난관)

포궁 양쪽에서 난소까지 연결된 관으로 배란된 난자가 포궁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난관은 포궁과 연결되어 있지만 따로 막이 없는 열린 구조로 평소에는 납작하게 눌려 공간이 없지만 배란기가 되면 난자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 포궁

포궁은 무게 60g으로 자신의 주먹만 하다. 임신하게 되면 놀랍게도 원래 모습의 500 배인 5L까지 늘어난다. 포궁 안쪽은 내막이라는 보드라운 조직으로 덮여있고, 월경주기에 따라 부풀어 올랐다가 떨어져 나오기를 반복한다.

포궁은 매우 영리한 근육이다. 월경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포궁이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기관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오해였다.

포궁은 스스로 호르몬과 단백질, 지방, 당분을 합성해 프로스타글란딘(PG)을 만들고 자신의 수축과 팽창을 결정한다.  월경혈을 배출하기 위해 모든 방향으로 격렬하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정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수축하며 빨아들인다. 난자가 수정되고 착상된 후라도 배아에 이상이 발견되면 냉정하게 자연 유산을 유도한다. 그 동안 단순히 아기방 정도로 생각한 부분을 사과해야 할 정도다. 포궁은 모든 것을 희생하며 생명을 품을지, 언제 냉정하게 결별할지를 결정하는 영리하고 냉철한 기관이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미리 배우지도 않고,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척척 해내고 있는 것이다.

포궁은 골반에 그네처럼 매달려 있다. 펼친 날개를 닮은 ‘광인대’를 비롯해 여러 가닥의 탄성이 뛰어난 인대로 골반에 단단히 매달려있다. 포궁은 ‘임신’이라는 극적인 변화에 적응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네처럼 매달린 구조는 이런 필요에 효과적인 해답이었을 것이다.

골반에 매달려 있는 포궁은 월경 기간에는 붓고 무거워져 밑으로 쳐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질 길이가 짧아질 수 있다. 반면 성적 흥분 상태가 되면 긴장하여 위로 올라가 질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어지기도 한다. 이런 해부학적 특성을 이해하면 때에 따라 달라지는 질 길이의 수수께끼도 이해할 수 있다.

<골반에 그네처럼 매달려 있는 포궁>




탈출하는 포궁 (포궁탈출증)

포궁이 무슨 죄수도 아니고 탈출이라니? 2020년 3월, 인터넷에 “생리컵 잘못 사용하면 '골반장기탈출증' 위험”이란 제목의 기사가 보도된 후 이에 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우선 이 기사는 영국 BBC 보도를 인용하여 전달했지만, 실제 영국 BBC 보도의 원문 내용과 논점이 미묘하게 달랐다.

BBC는 3개월간 월경컵을 사용한 여성이 “가벼운 포궁탈출증을 느꼈으며, 그녀는 이 결과에 월경컵의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는 주장을 전했다. 이어서 영국 보건당국이 의약외품으로 월경컵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부작용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였다. 하지만 이 기사를 소개한 기자는 ‘장기탈출의 심각한 부작용 경고’라고 옮겼다. 원문 기사 어디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의학적인 사례로 확인했다는 내용이 없는 것은 물론 기사 마지막에는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일어나지 않고 안전하다고 설명까지 더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포궁탈출증이란, 포궁이 골반에 매달려 있도록 지지하는 여러 개의 인대와 골반근저근이 약해져서 포궁이 질 밖으로 밀려 내려오는 현상이다. 이 증상의 주요 원인은 잦은 출산과 근육 약화, 그리고 노화로, 대부분 다수의 출산을 경험한 6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치골에서 꼬리뼈까지 연결된 골반저근


무서운 이름과는 다르게 출산 경험이 많지 않은 현대 여성은 발병 우려가 매우 낮다. 월경컵을 사용하더라도 발병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고, 학계에 보고된 사례도 아직 없다. 월경컵은 한 달에 5일 정도 사용하지만, 밀어내는 근육과 힘을 사용하는 배변은 거의 매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포궁 탈출의 원인에 변비가 꼭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부작용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될 것이다. 건강한 여성에게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고, 케겔 운동 같은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 포궁목(포궁 경부)

포궁과 질이 연결된 곳으로 포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포궁 경부에는 바늘 하나 정도의 구멍이 있는데 외부에서 유입되는 세균을 막기 위해 항상 촉촉한 분비물 막이 형성되어 있고, 월경 기간에는 이 구멍을 통해 월경혈이 배출된다.



질은 몸 바깥 부분과 포궁을 연결하는 통로로, 신축성이 좋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입구는 감각이 예민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둔해진다. 질은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매월 월경혈이 배출되는 통로가 되고, 성교의 장소이고, 자연분만 때는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칼보다 강한 ‘버자이너’

질은 영어로 ‘버자이너(Vagina)’라고 부르며, 라틴어 ‘칼집’에서 유래되었다. 남성의 성기는 ‘칼’, 여성의 질은 칼을 품는 ‘칼집’으로 비유한 것인데, 남성의 성기를 칼에 비유한 것은 가부장적 생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제아무리 강한 칼이라도 칼집을 뚫지 못하니 칼집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질은 상처나 외부 자극에 매우 강하다. 성관계에서 출산까지 극한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기관이기 때문이다. 질은 점막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점막 세포는 4일마다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재생되는 뛰어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질 점막은 우리 입안 점막과 매우 비슷하다. 점막의 유일한 단점은 각질층이 없어 외부 물질과 접촉했을 때 흡수율이 높다는 것인데, 각질층이 있는 피부에 비해 최대 4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회용 생리대가 불안한 이유도 이 점막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인생에서 월경으로 보내는 시간은 최소 5만 7,600시간이다. 적어도 내 몸에 닿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그것이 안전한 것인지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또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다.


신축성 좋은 유연한 관

질은 평소에는 앞뒤로 납작하게 눌려있지만, 놀랍도록 유연해서 성관계를 하거나 자연분만 때 4~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월경컵 사용이 막연하게 두렵다면, 질은 월경컵을 사용할 때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해내는 강하고 유연한 기관이란 사실을 꼭 기억하자.

월경컵 입문자의 경우 컵이 몸 안에서 잘 펴졌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고 막막하다.

더듬더듬 월경컵 바닥을 확인해보면 펴지지 않고 납작하게 눌려 있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나랑 안 맞나봐’하며, 실망하고 포기하긴 이르다. 앞서 설명했듯이 질 공간은 평소 앞뒤로 눌려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월경컵이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만든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질 입구는 좁고 포궁 경부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어진다. 신체적 조건에 따라 공간은 더 좁을 수 있다. 완전히 동그랗지 않고 타원형으로 자리 잡아도 월경컵 입구와 질 벽이 밀착하여 월경혈이 새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월경컵 입구와 질 벽이 밀착된 상태를 ‘실링’ 되었다 하고, 착용한 후 꼬리를 살짝 잡아당겼을 때 컵이 딸려 나오지 않고 버티는 힘이 느껴진다면 ‘실링’이 잘 된 것이다.


면역력의 출발점

질 점막은 늘 촉촉하게 분비물이 있어 자극이나 마찰로부터 상처가 나지 않게 보호하고, 외부로부터 유입된 세균과 싸우는 유산균 숲이 있다. 우리 몸 면역기능의 80%가 요도, 방광, 포궁 경부 그리고 질 점막의 표면에 분포되어 있다. 이 면역세포와 유산균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을 막아내고, 질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이 씻어내는 자정작용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이 정교하고 부지런한 자정 시스템은 안타깝게도 코티졸과 같은 스트레스성 호르몬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개인위생을 잘 지키는데도 자주 질염을 겪는다면 당신이 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자주 씻으면 오히려 손해!

분비물은 질과 포궁에서 만들어지는데, 월경주기에 따라 양이 달라진다.

여성의 질 분비물을 연구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매일 4.6cc 정도 분비되며, 조금씩 나오면서 속옷에서 자연 건조되기 때문에 실제로 느끼는 양은 훨씬 적다. 배란기에는 5.8cc 정도 증가하여 물처럼 맑고 점성이 있다. 배란기가 지나면 분비물의 양은 점점 줄어들어 월경 직후에는 질이 상대적으로 건조하다고 느낄 정도가 된다. 분비물의 대부분은 혈장이 점막으로 스며들어 분비되는 것으로 혈액순환이 증가되는 흥분상태거나, 임신 중에 양이 증가한다.

가임기 여성의 질이 pH 4~4.5 정도의 산성 환경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질에 상주하는 유산균이 질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글리코겐을 분해하여 젖산을 만들고, 이 젖산이 산성 환경을 만들어 시큼한 냄새의 원인이 된다.

인터넷에는 'Y존 관리법', '시크릿존 관리'라는 식의 수많은 여성 청결제 광고를 볼 수 있다. 이 광고들은 질 분비물을 잘 관리하고 씻어내지 않으면 냄새가 나고 질염이 찾아와 고통 받을 수 있다고 은근히 우리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질 분비물은 외부 세균을 막아내고 질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적당한 분비물이 없다면 질은 건조해지고 질 내부에 유산균도 생존이 어려워져, 오히려 분비물이 너무 없는 것이 건강의 적신호이다. 그런데 이런 냄새가 지워야 할 냄새이고 관리해야 할 것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광고 상품은 질의 이런 특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무심코 사용한 여성 청결제가 오히려 질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인공 향을 첨가한 제품이라면 멀리하는 것이 좋다. 인공 향을 만드는 과정에서 프탈레이트와 같은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온수로 가볍게, 자주 뒷물을 하는 것이 질 건강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주의! 질 세정제

2016년,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는 '잦은 질 세정제 사용이 난소암 위험을 2배로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질을 세척하는 여성의 소변에서 내분비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phthalate)의 농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연구자들은 향을 내기 위해 세정제에 첨가한 프탈레이트가 난소암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산부인과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는 2017년 질 세정, 질 세척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  여성 청결제와 질 세정제는 어떻게 다른가요?

✔️ 여성 청결제는 외음부에 사용하는 세정제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반면 질 세정제는 질 내부를 세정하는 것으로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전문의의 처방이나 상담을 통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