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월경은 매달 5일씩 35년간 지속되며, 일 년이면 월경하는 날이 60일, 35년이면 2,100일이며,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을 월경으로 보낸다.
가임기 여성의 80%가 월경증후군과 월경통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고, 이 중 20%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의 일상과 뗄 수 없는 월경, 하지만 우리는 재대로 된 교육조차 받은 기억이 없다. 내 몸, 그리고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월경은 '대자연의 형벌'처럼 느껴지고, 나아가 '월경중단'을 원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당신에게 포궁과 월경은 어떤 의미인가요?
"
자궁은
아기를 키우기 위한 것이거나
암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
리사 랭킨 (Lissa Rankin)
노스웨스턴대학 Northwestern University 산부인과 전문의
출처: 마이 시크릿 닥터
미국의 여성전문의 리사 랭킨은 자신의 저서 『마이 시크릿 닥터』에서 포궁에 대한 의학계의 연구가 임신과 출산에 국한되어 있으며, 포궁이 임신과 출산의 역할을 수행할 때만 가치를 인정받는 의학계 풍토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더 심각한 것은 여성 스스로가 이렇게 생각하도록 교육받는다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은 2~3세가 되면 자신의 성기를 자유롭게 만지고 관찰하며 호기심을 채운다.
반면, 여자 아이들은 자신의 성기를 만지기라도 하면 '안돼! 지지야'라며 제지 당한다. 남자 아이들이 자신의 성기에 자부심을 키워갈 때, 여자 자신의 성기를 만지는 것은 나쁜 짓이며, 더럽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무의식에 자리잡게 된다.
그렇게 교육받고 자라난 이 땅의 딸들은 자신의 몸이지만 마치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자신의 성기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모르는 것이 무슨 대수냐!' 라고 생각하시는가? '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믿고 계신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몰라서 생기는 손해가 얼마인가를 따져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금기를 탈출한 여성들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딸에게 몸 교육을 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엄마, 나는 왜 고추가 없어?' 라고 딸이 묻는다면, '여자의 고추는 아기를 만들고 품는 중요한 곳이라서 몸 안 깊숙이 자리잡고 있단다.'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더불어 아이와 함께 거울을 보여주며 여성의 성기를 설명해주는 새로운 세대가 되길 바란다.
어디서나 깨끗하고 품위있게
민감한 그 곳을 위한 센스있는 그녀들의 선택
여름엔 Y존 관리가 필수
속부터 남다른 여자
설마, 아직도 샤워할 때 바디워시만 쓰시나요?
그날의 냄새걱정 한방에 날려버리자.
생리대에서 청결제에 이르기까지 여성용품의 광고 문구는 여성의 불안과 편견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월경은 불쾌한 냄새를 동반하고, 그것을 처리하지 못하는 여성은 위생적이지 않고 심지어 품위도, 센스도 없는 여성이라고 돌려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월경은 더럽고 냄새 나는 불결한 것인가?
절대 아니다.
월경혈은 수정과 착상을 위해 준비되었던 혈과 조직으로 맑고 깨끗하다. 월경컵에 담긴 월경혈이 맑고 선명한 붉은 색이며, 철분 냄새가 나는 깨끗한 피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신기해하는 대목이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 느꼈던 불쾌한 냄새는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과 혈이 만나 산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되려, 불쾌한 냄새의 원인을 제공한 일회용 생리대가 냄새를 한방에 해결해 준다고 광고를 하는 상황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Y존 케어 제품으로 판매되는 여성청결제는 '속부터 남다른 여자'가 되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 속을 제대로 안다면 향기로 치장한 여성청결제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속옷을 입고 위생을 중요하게 챙기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봤을 때, 실오라기 걸치지 않고 야생을 뛰어다니던 시절이 훨씬 길었다. 그 시절에도 월경은 있었고, 여성청결제의 도움 없이 건강하게 번성했다.
1982년 캐나다 로슨 보건연구소의 그레고어 리드 박사가 여성의 질 속에 유산균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 유산균 숲이 나름의 정교한 시스템을 가지고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을 막아내고 씻어내며, 포궁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여성청결제를 사용할 경우 방부제, 화학물질, 향료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도리어, 정교하기 돌아가는 유산균 숲을 해칠 위험이 있다.
'품위있고', '센스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청결제가 필수라고 말하는 기업들이 정작,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는 없다는 사실이 뼈아픈 역설이다.
2017년, 발암생리대 사태는 여성이라면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수 많은 여성들이 생리대로 인해 월경주기가 달라지고, 몸의 변화가 생겼다고 증언하며 해당 생리대의 안전성 평가를 다시 요구하는 사건이었다. 결론적으로 여성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검증에 나선 식약처는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발표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비용을 더 지불하고 해외의 유명한 생리대로 갈아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월경컵 사용으로 일회용 생리대와 작별을 했다. 하지만,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몸이 불편해서 월경주기에 활동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경우,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일회용생리대를 지원받은 경우, 그리고 예고 없이 시작되는 월경주기를 만난다면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끈질기고 집요하게 일회용생리대의 안전성을 이야기하고 요구해야 한다.
[출처: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Q. 지금 사용하는 일회용생리대가 안전한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용하시는 일회용생리대에 물을 부어 물이 충분히 흡수되게 한 후, 반으로 잘라 내부를 확인해보세요.
화학물질이 사용된 경우 생리대 흡수체가 젤리처럼 변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 100%로 광고하는 생리대의 대부분이 탑 시트만 유기농 면화입니다. 이 탑 시트는 얇은 부직포 형태로 흡수체의 화학물질이 외음부나 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충분히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되도록 화학물질이 없는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더 나은 일회용 생리대 선택과 사용법
> 향료가 든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 순면 또는 유기농 면 소재 제품을 선택한다.
>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고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
>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각 사용을 멈추고 다른 제품으로 교체한다.
> 자연분해 원료의 생리대를 선택한다.
>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기 전 비닐 포장을 제거한 후, 따뜻한 곳에 30분 정도 두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날아갈 수 있도록 한다.
우리 사회가 월경을 터부시하고 개인의 경험으로 치부할수록 월경은 자연스럽게 사적인 영역이 되어 버린다. 월경이 사적인 영역이 될 때, 월경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노동은 고스란히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여성으로 태어나 피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월경'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인권과 건강권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이야기 되어야 한다. 누구도 생리대가 없어 곤란한 상황을 겪어서는 안되고, 월경으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
생리대에 녹아있는 '핑크텍스'를 이야기해 보자.
유럽에서는 화학물질이 없이 자연으로 생분해되는 친환경 생리대가 대세인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상품이 스웨덴의 'N'이라는 생리대이다.
이미 많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안전한 생리대로 유명한 제품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안전한 원료에 생 분해 기술이 접목된 이 제품의 현지가격은 1.7파운드, 우리나라의 원화로 환산하면 2,585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8,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무려 3배가 넘는 가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친환경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국내 일반 생리대의 가격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생리대 부가세는 '약사법 제2조 제7항'과 '부가가치세법 제12조 제1항'에 근거하여 2005년부터 면세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여성들에게 생리대가 생활필수품이라는 점, 생리대가 없어 곤란을 겪는 여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면세가 가격인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5년 시행 첫해에 '4~5%'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재경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160~200원 정도 가격인하에 그쳤으며, 지금은 OECD국가중 가장 비싼 생리대를 사용하는 나라가 되었다. 과연 생리대 면세 효과는 누가 누리고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생리대 가격문제가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영역이 아닌, 생활필수품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공론화 되어야 누구나 안전한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노동자 중 절반은 여성들이다.
우리 사회는 일하는 여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일까?
월경휴가는 1953년도 제정되었는데, 근로기준법 제 73조에서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월경휴가를 사용해도 월급이 깎이지 않는 무려 유급휴가이다. 그러나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월경휴가를 사용하는 않는다는 대답이 76.4%로 조사되었다. 사실상 월경휴가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직장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월경 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아서, 완경이 가까운 나이에 월경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에 얼어붙어,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법으로 보장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여성들은 월경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월경은 어떤 방식으로 차별의 도구로 작동하는 것일까?
그것은 월경을 정상적인 범위 밖의 일이라고 구분하기 때문 아닐까?
오랫동안 노동현장은 남성들의 공간이었고, 남성들의 관점에서 디자인된 시스템이었다.
월경하지 않는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디자인된 시스템에서는 월경하는 여성의 몸은 비효율적이고 특별히 관리되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월경주기를 보내는 경험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어떤 이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어떤 이는 평소와 다르지 않는 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월경하지 않는 몸'을 정상적인 몸이라고 전제한 일관된 8시간 노동제와 연차시스템은 월경으로 인한 통증이나 결석, 느린 속도의 작업을 비 정상적인 것 또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근거가 된다.
월경휴가가 법으로 보장된 권리임에도 눈치가 보여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여성 스스로도 월경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 비효율적인 상태로 낙인 찍는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경은 모든 여성이 겪는 일상이며, 특별한 상황도, 증명해야 할 질병도 아니다.
'월경하지 않는 몸'만이 아니라 '월경하는 몸'을 전제로 노동과 휴가, 그리고 복지제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고, 단지 월경하는 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월경하지 않는 몸'만이 아니라 '월경하는 몸'을 전제로 노동과 휴가, 그리고 복지제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고, 단지 월경하는 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 후로 여성의 월경이 쉬지 않고 이어졌듯이 우리의 다음 세대도 지금의 우리처럼 월경을 이어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세대를 위해 월경을 둘러싼 월경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루나컵이 무료 월경교육을 확대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