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토리]월경하는 노동자

2019-12-03

월경하는 노동자



오는 5월 1일은 무려 129회를 맞이하는 “세계 노동자의 날”이다. 노동하는 자들의 가치를 거침없이 갉아먹고 자라나는 자본에 맞서 전 세계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물리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탄생한 날이다.

그 노동자들 중 예나 지금이나 절반은 여성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일하는 여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떠오르는 많은 이슈들로 머리가 아찔하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월경하는 노동자”로 집중해보자.



월경휴가는 그림의 떡?

월경휴가는 1953년도 제정되었는데, 근로기준법 제 73조에서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월경휴가를 사용해도 월급이 깎이지 않는 무려 유급휴가이다.

그러나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월경휴가를 사용하는 않는다는 대답이 76.4%로 조사되었다. 사실상 월경휴가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직장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월경 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아서, 완경이 가까운 나이에 월경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에 얼어붙어,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법으로 보장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여성들은 월경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왜! 월경을 증명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치루는 월경이 우리 사회시스템에서는 차별과 배제의 도구로 작동하는가?

그것은 월경을 정상적인 범위 밖의 일이라고 구분하기 때문 아닐까?

오랫동안 노동현장은 남성들의 전유공간인 것마냥 여겨졌고 남성들의 관점에서 디자인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남성만큼 노동하는 여성들이 존재해 왔고, 부쩍 여성에 대한 이슈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기회에 많은 것들이 달라져야 한다.

'월경하지 않는 몸'만이 아니라 '월경하는 몸'을 전제로 노동과 휴가, 그리고 복지제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핑크텍스'는 존재하는가?

유럽에서는 화학물질이 없이 자연으로 생분해되는 친환경 생리대가 조명받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상품이 스웨덴의 'Naty'라는 생리대다.

이미 많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안전한 생리대로 유명한 제품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안전한 원료에 생 분해 기술이 접목된 이 제품의 현지가격은 1.7파운드, 우리나라의 원화로 환산하면 2,585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8,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무려 3배가 넘는 가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친환경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국내 일반 생리대의 가격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생리대 면세 효과는 누가 누리는가?

생리대 부가세는 '약사법 제2조 제7항'과 '부가가치세법 제12조 제1항'에 근거하여 2005년부터 면세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여성들에게 생리대가 생활필수품이라는 점, 생리대가 없어 곤란을 겪는 여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면세가 가격인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5년 시행 첫해에 '4~5%'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재경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160~200원 정도 가격인하에 그쳤으며, 지금은 OECD국가중 가장 비싼 생리대를 사용하는 나라가 되었다.



여성 건강권과 평등권을 위해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고, 단지 월경하는 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월경주기를 보내는 경험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어떤 이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어떤 이는 평소와 다르지 않는 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월경하지 않는 몸'을 정상적인 몸이라고 전제한 일관된 8시간 노동제와 연차시스템은 '월경'으로 인한 통증이나 결석, 느린 속도의 작업을 '비 정상적인 것' 또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근거가 된다.

여성으로 태어나 피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월경'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인권과 건강권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이야기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세대를 위해

요즘엔 '초경파티'를 하며 초경을 축하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월경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는 것 조차 꺼리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초경을 축하는 것보다 월경하는 몸으로 40년을 살아갈 딸들에게 월경으로 인한 차별과 배제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인권: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

* 건강권: 국민이 가진 기본권의 하나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권리. 또는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부터 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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