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나의 <피의 연대기> 월경컵을 만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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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바로 나다.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상하게도 여자들끼리도 목소리가 낮아진다.
뭐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데도 누군가 듣기라도 할까 봐 소곤거리기 일 수다.
생각해보면 내 몸에 대한 이야기이고 자연스러운 내 이야기이다.
내 몸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피의 연대기





나의 피의 연대기를 정리해 보자면
1기는 일회용 생리대
2기는 면 생리대
3기는 월경컵으로 이어진다.




1기 < 일회용 생리대 >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나와 같이 1기를 시작하여 여전히 1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사실 초경을 시작했을 때 일회용 생리대 말고는 다른 선택의 옵션이 있다고 알려주는 사람도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보통의 여성들처럼 나도 일회용 생리대에 머물러 있었고 그로 인한 불편함은 내가 여자라서’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단 한 번도 그 불편함이 생리대 그 자체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잊을 만 하면 찾아오는 월경주기에 겪는 일들은 여자라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종합선물세트로 찾아온다.
참을 수 없는 월경통불쾌한 냄새짓무름가려움축축함칠칠 못하다는 핀잔을 불러오는 이부자리 참사’, 등등 여자라면 공감할 에피소드들이다.
월경이 시작되면 아싸그날이 찾아왔어!’라고 반기는 친구들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사실이 증명하듯 월경은 반갑지 않은 행사였다.
그렇게 내 몸의 행사를 증오하는 날들을 아주 오랫동안 보냈다.
7년 전 어떤 기사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2기 < 면 생리대 >


인터넷 서핑을 하던 와중 생리대와 기저귀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썩지 않는 쓰레기 목록에 생리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 심은 적도 없는 내가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매달 만든다?’는 생각에 면 생리대로 갈아타기로 결심했다지금은 면 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다행히 바느질하길 좋아하는 덕에 인터넷을 뒤져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 생리대를 매번 세탁을 하는 일이 고역이었다.
면 생리대를 세탁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탁기로 돌릴 수도 없고 (세탁기에 돌리면 빨았지만 빤 것이 아닌 혈 자욱이 선명한 그대로이다) 애벌빨래도 한 번만으로는 해결이 안 돼서 한 번 애벌빨래를 하고 비눗물에 담가 두었다가 다시 빨아야 했다.
한 주기마다 12개 이상의 생리대를 손 빨래하는 일은 정말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밤에 잠들기 전에 그날 모아두었던 생리대를 빨라치면 공포영화를 찍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러던 중 월경컵의 존재를 만났다.





3기 < 월경컵 >


월경컵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정말 가능한가같은 동영상을 몇 번을 돌려보고 검색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사용자가 별로 없고 판매하는 곳도 없는 터라 해외 사이트에 가서 글을 찾아봤다.
나중에 월경컵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자.
정말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월경컵을 주문하는 일도 쉽진 않았다.
1차로 영어 울렁증을 극복해야 하고
2차로 내가 선택한 월경컵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도박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차로 결재와 배송지 등록통관 번호 발급마침내 내 손에 안착하기까지 신드바드의 모험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나에게 도착한 첫 번째 월경컵은 레나스몰 사이즈 컵이었다.
레나 컵의 자세한 사용 후기도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자.
내 몸을 거쳐간 모든 월경컵에 대해서는 내가 그 녀석들에게 가지는 애정만큼이나 긴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리하여 현재까지의 여정에서 마지막 종착지인 월경컵에 도착하게 되었다.
월경컵을 받고서 난생처음 월경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제발할 일이 산더미야이번 달은 쉬면 안 될까?’하며 속으로 기도하던 날들이 수두룩한데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니!


첫주기에는 제대로 사용하는 건지 긴가 민가 넘어갔고두 번째 주기에는 괜찮네로 발전했고세 번째 주기에는 나 월경 중이지?’라며 월경을 하고 있음을 종종 잊기까지 했다.
월경컵을 사용하기에 앞서 여성들에 월경컵에 대한 심리적 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심리적 벽은 말 그대로 심리적인 것 일뿐,
그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불쾌한 냄새짓무름가려움은 여자의 숙명이 아니었다.
오버나이트를 사용해도 불안한 마음에 숙면은 고사하고 긴장한 나머지 저녁에 잠든 자세 그대로 아침에 일어나기 일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심지어 월경 기간에 피하던 일들도 가능하다.
운동이라든지요가라든지심지어 사우나도 가능하다.
이렇게 편한 걸 왜 진작 몰랐나 하는 대상 없는 분노가 일기도 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여자들의 편의보다는 자본의 이익이 관철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30~40달러짜리 월경컵 하나면 5년에서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생리대를 생산하는 기업에서는 반가운 상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치며,

릴리안 사태 이후 맘 둘 곳 없는 많은 여성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나는 월경컵을 추천한다.
안전, 환경, 그리고 경제적 이점을 고려해서도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안이 틀림없어 보인다.